이 동네는 굉장히 오랜만이다

한때는 이 동네에 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울돋아서 미칠 것 같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에 오래 사귄 남친과 헤어지고 (그 때 나름은 인생의 사랑이었다) 겸사겸사 불면증도 심해져서 인생의 낙이라곤 없던 시기였다 의자가 싸구려라서 울려놔도 주욱 내려가는 게 있는데 내가 무거워서가 아니라 의자가 싸구려서라고 강력하게 믿고 있다

요즘은 사랑이 생각난다 그간 사랑했던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래봤자 한 명이긴 하지만) 요즘 들어 강렬하게 지나간 사랑 생각이 났다 사실 지금도 난다 오늘도 교육 받고 돌아오면서 규현의 7년간의 사랑을 들었다 우린 어쩜 너무 어린 나이에 서로를 만나 기댔는지 몰라 변해가는 우리 모습들을 감당하기 어려웠는지도

내 손보다 훨씬 크고 단단하며 따뜻한 손을 부여잡고 행여나 내가 넘어질까 몇 번이고 옆을 돌아보는 그의 팔에 매달리며 내 느린 발걸음에 맞춰 지하철 플랫폼을 걷던 그때 그 생각이 났다 몇년 전에 이 동네에 살면서 더없이 힘들고 우울하면서 누구보다 가까이 내 곁에 있어줬던 게 그 사랑 하나밖에 없어서 그 거리로 돌아온 요즈음 이다지도 생각이 나나보다 서울은 친구들하고도 많이 다녔었는데도 애틋한 추억은 그것 뿐이다 그 애틋한 추억이 어느 거리를 거닐어도 나를 괴롭힌다

내가 철저하게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 시절 더없이 힘들었을 때 옆에 있어줬던 사람이 생각나는 것 보면


원래 나는 신변이 불안하면 일기를 쓴다 엄마네 처음 갔을 때도 짧든 길든 한동안 매일 매일의 일기를 거르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쓰여진 일기들은 당연히 그리 행복한 내용들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우울한 내용도 아닌 가만히 또아리를 틀고 침잠한 나 자신 그대로였다 지금은 그것들을 찾을 수 없다 의외로 사람이 느끼는 가장 격렬한 불안은 외로움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격렬하든 건조하든 외로움이란 사람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감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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